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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휠체어 탄 부부는 눈시울 붉혔다.

by 대무1 2023. 11.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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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십 평생에 첫 비행기… 휠체어 탄 부부는 눈시울 붉혔다.

부산 사상 장애인복지관 20명

우리금융·사상라이온스 후원 2박3일 행복한 제주여행 떠나

공항 탑승 과정 등 힘들었지만 감귤색 모자 맞춰쓰고 콧노래

“조금 불편해도 이젠 용기낼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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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십 평생 처음 비행기를 타 봅니다. 세상에 이렇게 아름다운 곳이 많은지 몰랐어요. 조금 불편하더라도 용기를 냈으면 좋았을 걸 하는 후회가 됩니다. 아내에게도 아주 미안하네요.”

지난 14일 제주공항에 도착한 참가자가 항공사 관계자의 도움을 받아 비행기에서 내려 리프트카로 이동하고 있다.

지난 15일 휠체어를 타고 제주도 서귀포시 여미지식물원을 돌아보던 윤상진(72·지체장애) 씨가 이렇게 말했다. 윤 씨와 하우선(72·지체장애) 씨 부부는 결혼 50년 만에 생애 처음으로 비행기를 타고 제주에 왔다.
 
윤 씨는 “부부 둘이 휠체어를 타고 다니려 해도 도저히 엄두가 안 났는데, 부부가 함께 여행할 수 있어 꿈만 같다”며 “앞으로 기회만 있다면 어디든 떠나고 싶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부산 사상구 장애인복지관 소속 장애인 20명과 사회복지사 10명은 지난 14일부터 16일까지 2박 3일 동안 제주 여행을 다녀왔다. 우리금융그룹과 사상구 국제 라이온스클럽이 여행 경비 일부를 후원했다.
 
저소득, 중증 장애인을 우선으로 제비를 뽑아 여행 참가자를 선발했다.
 
사상구장애인복지관 정화주 관장은 “해외여행은 고사하고 비행기를 타 본 적 없는 분이 대다수였다. 추첨 결과에 희비가 교차했다”며 “떨어져 아쉬워하는 분들을 위해 앞으로 제주도에 갈 기회가 많이 생겼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국제신문 취재진이 여정을 동행해 보니 여행은 장애인에게 넘기 힘든 장벽이었다. 특히 공항과 비행기가 그랬다. 지난 14일 오전 8시30분 김해공항에 도착했지만, 오후 2시가 돼서야 제주공항 밖을 나설 수 있었다.
 
공항과 비행기에서 타는 휠체어도 각각 달랐고, 내려서는 여행용 전동 휠체어로 갈아타야 했다. 김해공항에선 탑승교(보딩 브릿지)를 이용해 탑승이 상대적으로 간편했지만, 제주공항에서는 탑승교가 없어 전용 리프트를 타고 내려야 했다.
 
활주로에서 공항까지는 휠체어 2대가 타는 리프트 차를 이용했다. 공항 밖에서는 휠체어 6대가 타는 특장차를 통해 이동했는데, 휠체어용 안전벨트가 짧아 몸에 맞는 벨트를 찾느라 진땀을 빼기도 했다.
 
지난 14일 제주도를 여행 중인 김경애(62) 씨가 특장차에 탑승하고 있다. 
 
예상치 못한 시행착오가 많았지만, 첫 제주 여행의 벅찬 설렘과 활기를 꺼뜨릴 순 없었다. 이들은 귀여운 감귤 색 모자를 다 같이 맞춰 쓰고, 사흘 동안 새별오름 억새군락지 등을 구경하며 제주도를 만끽했다.
 
옥돔정식과 전복뚝배기 등 제주 음식도 달게 먹었다.
 
여행 2일 차 숙소에서 아침을 먹던 김경애(62·지체장애) 씨는 “나는 행복합니다. 정말 정말 행복합니다”며 자신도 모르게 가수 윤향기의 노래를 흥얼거려 참가자들의 웃음을 자아냈다.
 
김수견(60·지체장애) 씨는 “너무 좋은 기회였지만, 자부담 비용(1인당 15만 원) 때문에 망설였다. 그런데 발달장애가 있는 딸이 어렵게 모은 월급을 모아 환갑여행을 선뜻 보내줬다”며 “무슨 복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지난 14일 오후 제주 돌문화공원에서 억새밭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은 윤상진(72) 하우선(72) 부부. 
 
16일 제주공항으로 가는 버스 안은 다소 가라앉은 분위기였다. 여행 끝자락의 아쉬움도 있었겠지만, 참가자들은 이런 기회가 쉽게 다시 오지 않을 것임을 알기에 무거운 분위기는 좀체 풀리지 않았다.
 
조미숙(74·지체장애) 씨는 “제주도에 못 본 곳도 많은데 또 언제 오나”고 담당 사회복지사에게 물었다. 사회복지사가 “다른 분들도 비행기 타보셔야 하니 다음 여행 추첨에는 어머니 이름을 못 넣을 것 같다”고 어렵게 답했다.
 
조 씨는 “아무래도 그렇겠지?”라며 웃으며 말끝을 흐렸다. 참가자들의 아쉬움을 대신하듯 제주에는 추적추적 겨울비가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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