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당 창당 의지를 드러내고 있는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대구를 찾아 “어렵다는 이유로 회피하지 않겠다”며 대구 출마를 시사했다.
“정치 개혁 위해선 ‘신당으로 대구 뚫기’도 각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전날(9일) 동대구역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 전 대표는 전날(9일)TBC뉴스에 출연해 대구 출마를 염두에 두고 있느냐는 질문을 받고 “만약 신당을 한다면 중심 인물이 되는 사람들은 굉장히 어려운 도전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대구 출마를 긍정했다.
앞서 이 전 대표는 같은 날 동대구역에서도 기자들과 만나 “국민의힘에게는 가장 쉬운 도전일 수 있지만 뭔가 새로 시도하는 사람에게는 가장 어려운 도전이 그 아성(대구·경북)을 깨는 일”이라며 대구 출마를 염두에 두고 있다고 말했다.
이 전 대표는TBC뉴스에서 “양당이 대한민국의 문제가 뭔지를 직시하지 못하고, 해결하는 과정에도 나서지 않고 있다”며 “AI활성화에 따른 직업의 변화, 저출산 문제, 축소사회 진행 등에 대해 젊은 세대는 불안감이 많다. 그런데 매번 정치권에서는 상대가 더 나쁜 사람임을 증명하기 위해 노력한다”고 비판했다.
신당 창당 시 보수·진보를 가리지 않고 뜻을 같이할 수 있냐는 질문에는 “보수가 보수 이념을 강하게 내세워서 지난 1년 반 동안 무슨 국민의 삶의 문제를 접근했나”라고 되물으며 “국민들에게 기억나는 건 홍범도 장군 흉상을 어떻게 옮기느냐를 두고 시간 낭비하고, 선거 때 다급하게 메가서울이니 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토론을 해야 합리적인 답이 나온다. 지금 정치권에서는 조금만 주류와 다른 이야기를 하면 ‘당 나가서 이야기해라’ 한다”면서 “논쟁할 수 있는 사람과 함께하고 싶다”고 진보로의 확장 가능성을 열어뒀다.
이 대표는 10일 제3당 창당 작업 중인 금태섭 의원과 만나는 한편 이달 중순엔 전남 순천과 광주를 방문할 계획이다.
“국힘 혁신, 혁신도 쇄신도 아닌 ‘세신(洗身)’”
이준석 국민의힘 전 대표가 9일 오전 대구를 찾아 동대구역 2맞이방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그는 국민의힘 혁신위를 두고 “혁신은 가죽 벗긴다는 이야기고, 쇄신은 뼈를 깎을 정도의 각오가 있어야 하는 것”이라며 “지금 하는 건 혁신도 아니요 쇄신도 아니고 세신(洗身)”이라고 비판했다.
인요한 혁신위원장과 유승민 의원의 만남을 예로 든 이 대표는 “(유 의원이) 2시간 동안 조목조목 이걸 바꿔야 한다, 저걸 바꿔야 한다 했을 것”이라며 “그걸 듣고 와서 한다는 말이 ‘코리안 젠틀맨’이다. 그 자리가 사람 평가하고 다니는 자리인가”라고 지적했다.
앞서 홍준표 대구시장이 인 위원장과 만난 자리에서 “(이 대표가) 노원 가면 100% 떨어진다”고 말한 데 대해서는 “적합한 평가”라며 “그것보다 더 어려운 도전인 신당으로 대구 뚫기, 이것도 할 의지가 있다. 그 정도로 정치 개혁에 대한 의지는 확고하다”고 강조했다.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이 지난 8일 오전 대구 북구 대구시청 산격청사를 찾아 홍준표 대구시장과 면담하고 있다.
이 대표는 대구·경북 시민들을 향해 “1996년도 15대 총선에서 대구·경북 시민들은 한번 다른 선택을 한 경험이 있다”며 “자녀와 손자들을 위해서라도 무엇이 옳은지에 대해서 생각해보시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그가 언급한 ‘다른 선택’이란 제15대 총선 당시 김영삼 대통령과 김종필 총재가 갈라선 뒤 김 대통령이 총재로 있던 신한국당이 대구 전체 13개 의석 중 2석을 확보하는데 그친 반면 자민련이 8석을 석권한 것을 말한다.
이 대표가 나날이 신당 창당을 공식화하고 있는 가운데, 국민의힘에서는 견제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김기현 대표는 9일 전국위원회에서 “외가 쪽, 친가 쪽 구분짓기보다 모두가 가족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당을 위한 진지한 고민, 나라를 위한 진정성 있는 판단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