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탈목 식물명의 유래
[통탈목 식물명의 유래 - ]
## 통탈목 (通脫木)
'통탈목'은 우리나라 자생식물은 아니다. 두릅나무과(Araliaceae) 재배식물로 분류한다. 원산지는 타이완과 중국 남부지역
이다. 제주도에 가면 통탈목을 흔히 볼 수 있다. 민가에서 재배하던 아이들이 도망간 것으로 추정한다.
언뜻 보면 같은 두릅나무과인 '팔손이'랑 비슷하게 생겼다. 자세히 살피면 잎모양과 꽃이 완전히 다르다. 10월 말부터 1월
까지 꽃이 피니 지금쯤 한참이겠다. 2-3월에는 열매가 흑자색으로 익는다. 통탈목 키는 5-6m 이상까지 자란다.
현재 <국가표준식물목록>은 통탈목의 학명을 테트라파낙스 파피리페루스(Tetrapanax papyriferus)로 올려 놓고 있다.
오류다. 정확한 학명(정명)은 테트라파낙스 파피리페르(Tetrapanax papyrifer)이다.
종소명 파피리페르(papyrifer)는 '종이'를 뜻하는 papyrus에서 왔다. '종이를 함유하고 있는'이라는 뜻이다. 통탈목의 속[고갱이,
한자로 수(髓)라 한다]은 약용으로도 쓰이지만, 이를 이용하여 중국에서는 종이를 만들었다. 아래 사진에서 보듯이 줄기의
직경 약 60% 정도가 속(고갱이)이다. 통탈목의 2-3년생 가지를 잘라 속(고갱이)을 뽑아 말려서 종이를 만든다. 이를 통초지
(通草紙)라 했다. 일본에서는 カミヤツデ(紙八手)란 이름을 쓰는데 동일한 유래에서 나왔다. 영명(英名)인 Rice Paper Plant라는
이름도 같은 유래이다. 서양인들이 이 종이(담배말이 종이로도 쓰였다)의 원료가 쌀(rice)에서 나왔다고 착각하여 만들어진
이름으로 알려지고 있다.


ⓒ 오솔길, 통탈목, 테트라파낙스 파피리페르 Tetrapanax papyrifer (Hook.) K.Koch

ⓒ 오솔길, 통탈목, 테트라파낙스 파피리페르 Tetrapanax papyrifer (Hook.) K.Koch
<조선식물향명집, 1937> 저자 중 한 분인 이휘재 선생이 펴낸 <한국동식물도감 제6권 식물편(화훼류2), 1966>는
통탈목에 대해 일제 강점기(1912-1945)에 들어온 것으로 적고 있으며, '창경원'이라는 기재를 남기고 있다.
통탈목을 팔손이와 비교해본다. 팔손이는 두릅나무과 자생식물로 상록성 관목이다. 10월에서 11월 정도에 꽃이 피고,
2-3월에 결실한다. 식물도감에서는 경남 남해, 거제도 등에 분포한다 적고 있지만, 울산 인근 바닷가에서도 보인다고
하니 아열대지방으로 변하고 있는 우리나라 기후를 일깨워준다. 길가 화단이나 정원 관상수로 많이 활용한다.

ⓒ 유유, 팔손이, 파트시아 야포니카 Fatsia japonica (Thunb.) Decne. & Planch.

ⓒ 헐크, 팔손이, 파트시아 야포니카 Fatsia japonica (Thunb.) Decne. & Planch.
## 통탈목 나무이름의 유래
# 나무이름의 유래
'통탈목'이라는 나무이름은 이창복 선생이 쓴 식물분류학 논문에서 처음 올렸다. <VASCULAR PLANTS AND
THEIR USES IN KOREA, 1976>라는 논문에서 두릅나무과 안에 통탈목을 넣어 놓고 있다. 학명 기재에 오류가 나
있다. 일본 등 해외자료에서도 이 학명으로 통탈목을 기재한 정보가 보인다. 아마도 <국가표준식물목록> 또한
검증 없이 이것을 그대로 올린 것으로 생각된다.
영문으로 된 논문 제목을 우리말로 고치면 <우리나라 유관속식물과 그 용도>이다. '유관속식물(維管束植物)'은
줄기 속에 관다발을 지닌 식물로 양치식물과 종자식물을 포함한다. 그냥 '관다발식물' 또는 '관속식물'로도 부른다.
논문에 총 4596종의 식물명을 담아놓았다.
M은 medicinal(의학용), E는 edible(식용), P는 forage(사료용), O는 ornamental(장식용)의 의미이다. 통탈목은 나중에
추가한 것이라 일련번호를 '2359-1'로 표시하고 용도 표시도 없다. 통탈목의 용도는 관상수로 활용한다. 나무 속을
'종이'를 만들 때 사용한다고 하며, 한방에서는 속(고갱이)과 뿌리를 이뇨제, 해독제, 통경약으로 사용한다.

국가표준식물목록 은 이를 근거로 '통탈목'이라는 이름을 국명(추천명)으로 정하고 있다. 더불어 '통초'와 '등칡'을
다른 국명으로 올려 놓고 있다. 이 외에도 부지, 관장, 대목통, 목통수(木通樹), 오가풍, 총초(葱草), 백통초(白通草),
구탈(蔲脫) 등 많은 이름이 있다. 제주도에서는 '속탄낭'으로 불린다. 통초(通草) 또는 목통수(木通樹)라는 뜻으로 쓴
제주어로 보인다.
박상진 선생이 최근에 낸 <우리 나무 이름 사전>에서는 통탈목 이름의 유래를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통탈목(通脫木)이란 이름은 중국 이름을 그대로 들여온 것인데, 우리나라에서는 통탈목의 여러 약효 중 소변을 잘
나오게 하는 이뇨 효과에 주목하여 '시원하게(脫) 잘 통(通)하는 나무(木)'라는 뜻으로 통탈목이 된 것으로 짐작하기도
한다.
'시원하게(脫)'. 참 재미있는 유래설이다. 박상진 선생의 위 책은 민간유래설을 담아 놓은 것들도 있어서 조심스럽다.
통탈목(通脫木)은 통초(通草)로 불렸다. 脫(탈)이 쓰인 이유는 여러 나라의 식물명 유래에서 보듯 약용 또는 실용(종이
등)의 용도로 쓰이는 속(고갱이) 부분과 관련이 있지 않을까 한다. 속(고갱이)을 얻기 위해서는 줄기 껍질을 벗겨내야
(脫) 가능하기에 脫(탈)이라는 글자가 들어갔다는 게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본초강목(本草綱目)의 통탈목(通脫木) 이름 유래(釋名)에도 그와 같은 설명이 들어가 있다.

〔嘉謨曰〕 白瓤中藏, 脱木得之, 故名通脱
[해석] (본초몽전에서) 진가모가 말하길, 백양(白瓤)이 속에 들어 있는 것을 나무를 벗겨 얻으니, 고로 그 이름을
통탈(通脫)이라 한다.
* 嘉謨(가모) : 명(明)나라 때 진가모(陳嘉謨)의 본초몽전(本草蒙筌)에서 인용한 것을 뜻함.
# '통초'와 '등칡'
국가표준식물목록에 올려 놓은 국명 '통초'와 '등칡'에 대해서도 알아본다. 이것은 국어사전에 등록된 통탈목과 연관이
있다. 먼저 등칡이다. 이숭녕 박사 외 4인이 편집한 <대국어사전, 수정판 1981, 현문사>은 '통탈목'을 이렇게 풀이하고 있다.
통탈목
1. 등칡의 줄기. 오줌을 잘 내리게 하는 약제로 씀.
2. 등칡
등칡은 쥐방울덩굴과(Aristolochiaceae) 쥐방울덩굴속(Aristolochia)으로 분류되는 덩굴성 식물이다. 등칡의 줄기를
생약명으로 '관목통(關木通)'이라 한다. 이뇨 효능을 가지고 있으나 독성이 있는 식물로 알려져 있다. 약제명으로
고목통(苦木通), 마목통(馬木通), 통탈목(通脫木) 등으로 불린다. 즉, 통탈목으로 불리기는 하지만 주된 이름은 아니다.

ⓒ 다빈치, 등칡, 아리스톨로키아 만슈리엔시스 Aristolochia manshuriensis Kom.
모리 타메조(森爲三)가 편집한 <조선식물명휘, 1922>는 등칡에 대하여 일본명만 올려 놓고 따로이 우리말 이름이나,
한명(漢名)을 올려 놓지 않고 있다. 의외로 통탈목이라는 이름이 정태현 외 3인이 지은 우리말 꽃이름 모음집인
<조선식물향명집, 1937>에 한명(漢名)으로 등장한다.

우리말 꽃이름 '큰쥐방울'과 '등칙'과 함께 通脫木이라는 한명(漢名)이 보일 것이다. 책 뒤에 수록된 한명(漢名) 색인
에도 들어 있다. <조선식물향명집>을 발간한 조선박물연구회가 일제 시대 한글 사전 만드는데 관여한 흔적이
보인다. 정확한 기록은 없지만 그 영향이 예전에 편집한 국어사전에는 나타나고 있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
국립국어원의 <표준국어대사전>은 아래와 같이 정확하게 수록하고 있다.
통탈목
1. 『식물』 두릅나뭇과의 상록 관목 또는 소교목. 높이는 6~8미터이며, 잎은 여러 갈래로 갈라지고 넓은 원형인데
톱니가 있다. 10월에 흰 꽃이 원추(圓錐) 화서로 피고 열매는 핵과(核果)로 검게 익는다. 뿌리는 약용하고 한국의
제주, 일본의 오키나와, 대만, 중국 남부, 인도차이나 등지에 분포한다. (Tetrapanax papyriferus)
2. 『한의』 '으름덩굴'의 줄기를 말린 것. 성질이 차고 오줌을 잘 누게 하는 작용이 있으며 임질(淋疾)과 부종(浮腫)에
쓴다. = 목통
<표준국어대사전>의 두 번째 단어 해설에 대한 것도 참고할 것이 있다. 내용을 보면 '으름덩굴'을 '통탈목'이라 한다
는 내용이다. 으름덩굴은 으름덩굴과(Lardizabalaceae) 으름덩굴속(Akebia)으로 분류되는 덩굴성 식물로 생약명을
사전에서 언급하듯 '목통(木通)'으로 부른다.

ⓒ 소천(素泉), 으름덩굴(열매), 아케비아 퀴나타 Akebia quinata (Houtt.) Decne.
1433년(세종 15년)에 편찬된 <향약집성방>은 通草를 향명(鄕名)으로 '어름덩쿨'로 기록하고 있다(권 제79 本草 草部
中品之上). 지금의 '으름덩굴'이다. 내용 중 설명부분을 발췌해본다.
圖經曰 生作藤蔓, 大如指, 其莖幹大者經三寸. 每節有二三枝, 枝頭出五葉, 頗類石韋, 又似芍藥, 三葉相對. 夏秋開紫花,
亦有白花者. 結實如小木瓜, 核黑瓤白, 食之甘美. 南人謂之鷰䨱. 亦云烏䨱. 正月, 二月採枝, 陰乾用. 或以爲葡萄苗, 非也.
今人謂之木通, 而俗間所謂通草, 乃通脫木也. 此木生山側, 葉如萞麻, 心空, 中有瓤, 輕白可愛, 女工取以飾物, 古方所用通草,
皆今之木痛. 通脫稀有使者. 近世醫家多用利小梗.
[《도경(圖經)》에서 다음처럼 말했다. 덩굴이 퍼지며 크기는 손가락만하다. 줄기는 크기가 직경 3촌(寸)이다. 마디마디에
2-3개의 가지를 치며, 가지 끝에 5개의 잎이 붙는데, 석위(石韋)와 자못 비슷하기도 하고 작약(芍藥)과도 비슷한데,
세 개의 잎이 대생(對生)한다. 여름과 가을에 자색(紫色) 또는 흰색 꽃이 핀다. 열매는 작은 모과 같으며, 씨는 검고 속은
흰데, 먹으면 달고 맛있다. 남쪽 사람들은 이것을 연복(鷰䨱)이나 오복(烏䨱)이라고도 부른다. 음력 1-2월에 가지를 채취
하고 그늘에 말려서 쓴다. 혹 포도묘(葡萄苗)라고도 하는데 잘못 붙인 이름이다. 요즘 사람들은 목통이라고 하며 속칭
통초(通草)라고도 하는데, 이것은 통탈목(通脫木)이다. 이 나무는 산비탈에서 자라며 잎은 아주까리 잎과 비슷하고 속이
비어있지만, 속살이 있고 가벼우며 희다. 여성들의 장식품을 만드는 데도 쓴다. 고방(古方)에서 통초라고 한 것은 모두
지금의 목통이며, 통탈목은 드물게 썼다. 근래의 의사들은 이뇨(利尿)하는 데에 많이 쓴다.]
위 내용을 살펴보면 으름덩굴을 '목통이라고 하며 속칭 통초(通草)라고도 한다' 뒤에 '통초는 통탈목(通脫木)이다'로 설명
하고 지금의 '통탈목'의 생태모습을 쓰고 있다.
생약명은 중국에서 사용한 약제명과 관련이 있다. 우리 선조들이 중국의 본초서적(本草書籍)에 기재된 생약(生藥)을
수입하여 쓸 사정이 되지 않자 우리나라 자생식물에서 비슷한 효능을 가진 식물을 활용하고 그것에 동일한 이름을 붙였다.
여기서 혼란이 발생한 것이다. 통탈목과 비슷한 효능을 가진 으름덩굴도 '통초'로 부르면서 '통탈목'이라는 이름도 혼용되어
버린 것이다.
이러한 혼란은 중국의 본초강목(本草綱目) 내용에서 이미 예견된다. 이물동명(異物同名)으로 '통초(通草)'를 들고 있다.
通草 (木通, 通脫木)
木通 利大小便, 水腫, 除諸經濕熱. 通脫木 利小便, 除水腫.
(목통(木通) 대소변을 잘 나오게 하고, 수종에는 여러 경락의 습열을 제거해 준다.
통탈목(通脫木) 소변을 잘 나오게 하고 수종을 제거한다.)
이제 정리해 보자. '통탈목'은 이뇨 효과를 기본으로 종기를 없애는 등 기(氣)와 혈(血)을 통하게 하는 약제명으로 쓰였으며,
이에 따라 몇 가지 식물을 지칭하는 이름으로 혼용되어 사용되어 왔다. 더불어 이런 사용에는 우리나라 본초서에 중국의
약제명이 기재되는 과정에서, 중국에 존재하는 약용식물의 대체재로 우리나라 자생식물에 약제명이 붙여지면서 혼란이
가중되었다.
우리나라에서 현재 사용되는 기본 생약명(生藥名)으로 식물을 분류하면 다음과 같다. 생약명에서 이름과 식물종이 꼭 1:1
로만 연결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같은 속명을 가진 여러 식물 종이 같은 이름을 가지는 경우가 있다)은 간단히 언급하고
넘어간다. 결론이다.
통초(通草) - 통탈목 (Tetrapanax papyrifer) [중국명] 通脱木 (tōng tuō mù)
목통(木通) - 으름덩굴 (Akebia quinata) [중국명] 木通 (mù tōng)
관목통(關木通) - 등칡 (Aristolochia manshuriensis) [중국명] 木通马兜铃 (mù tōng mǎ dōu lí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