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박' 피해자에서 불법촬영 피의자로 전환…쟁점 '촬영 동의' 여부 피해자 측 "동의 안했다" 증명할 객관적 자료 있어…휴대폰 포렌식 중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 황의조가 19일 오전 2026 FIFA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지역 2차 예선 C조 조별리그 2차전 중국과의 경기를 치르기 위해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출국하고 있다. 2023.11.19/
(서울=뉴스1) 이기범 기자 = 축구 국가대표 공격수 황의조(31)가 고소인에서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됐다. 전 연인과 성관계 장면을 불법촬영한 혐의다. 당초 황 선수는 자신이 '사생활 폭로' 협박을 받은 피해자라고 주장했지만, 불법촬영 정황이 나타나면서 상황이 역전됐다. 쟁점은 촬영 동의 여부다. 이에 따라 황 선수의 운명이 갈릴 것으로 전망된다.
◇동의 여부 두고 엇갈리는 진술
서울경찰청은 지난 20일 황 선수의 불법촬영 정황을 포착하고 성폭력처벌법상 카메라 등을 이용한 촬영 혐의로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했다고 밝혔다.
22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불법촬영 의혹과 관련해 전 연인 측은 지난 8월 영상 유포자를 경찰에 고소하는 과정에서 황 선수도 불법촬영 혐의로 처벌해 달라는 의사를 밝혔다. 이후 경찰은 최초 유포자에 대한 수사를 벌여 해당 피의자가 구속되자 황 선수의 불법촬영 혐의도 수사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황 선수 측은 지난 20일 공식 입장문을 통해 "(영상은) 당시 연인 사이에서 합의된 것"이라며 "해당 영상을 현재 소지하고 있지도 않고, 유출한 사실도 전혀 없다"고 밝혔다.
또 "당초 이 사건은 황의조 선수가 영상 유출의 피해자로서 시작된 것이고, 지금도 이 사실은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전날 불법촬영 피해자가 "촬영에 동의한 적 없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양측 입장이 갈리고 있다.
피해자 측 법률대리인인 이은의 변호사(이은의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는 "피해자가 과거 황의조 선수와 잠시 교제하긴 했지만 민감한 영상의 촬영에 동의한 바가 없고 삭제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이어 "피해자는 유출에 대한 두려움으로 황 선수에 대해 화를 내거나 신고하기도 어려웠다"며 "해당 영상물이 불법 유포된 직후 황의조 선수에게 양심을 품은 유포자가 추가로 영상을 유포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 제대로 잠든 날이 없을 정도로 불안해 했다"고 설명했다.
황 선수가 연인 사이에 합의된 영상이며 유포에 책임이 없다는 입장문을 내놓자 피해자 측에서 사실과 다르다며 전면에 나선 셈이다.
◇강화된 성폭력처벌법…촬영대상자 의사가 중요
이처럼 황 선수가 합의된 영상임을 강조하는 이유는 촬영 동의 여부에 따라 처벌을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성폭력처벌법 제14조에 따르면 카메라 등을 이용한 촬영 관련 처벌은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사람의 신체를 촬영대상자의 의사에 반해 촬영할 경우 적용된다. 특히 'n번방 사건' 이후 지난 2020년 5월 법이 개정되면서 법정형은 기존 5년에서 7년으로, 벌금형은 3000만원에서 5000만원으로 상향됐다.
이 때문에 향후 수사 과정에서 쟁점은 최초 게시글 작성자의 협박 혐의와 별개로 피해자가 영상 촬영에 동의했는지 여부가 될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와 황 선수의 입장이 엇갈리는 상황에서 객관적 증거 여부가 나올지 여부도 수사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현재 서울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는 황 선수의 휴대전화를 압수수색해 포렌식을 진행 중이다.
이 변호사는 "촬영에 동의할 만한 상황과 입장이 아니었음을 소명할 만한 객관적 자료를 갖고 있다"며 "반드시 (황 선수가) 처벌될 거로 믿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10월13일 오후 마포구 성산동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은행 초청 축구 국가대표팀 평가전 대한민국과 튀니지의 경기에서 황의조가 팀 네 번째 골을 터트린 뒤 기뻐하고 있다. 2023.10.13
◇'황의조 영상' 파문에서 피의자 신분 전환까지
이번 사건은 이른바 '황의조 영상'이 온라인에서 무차별적으로 확산하면서 불거졌다. 지난 6월25일 황 선수와 연인 관계였다고 주장한 A씨가 황씨의 사생활을 폭로한다며 불법촬영물로 추정되는 영상을 인스타그램 계정에 올린 게 발단이 됐다.
게시글은 삭제됐지만 해당 영상은 가파른 속도로 퍼졌고, 단순 영상 유통 차원을 넘어 '영리'를 목적으로 한 판매 글까지 등장했다.
당시 황 선수 매니지먼트사인 UJ 스포츠는 "황의조 선수의 사생활과 관련해 근거 없는 내용의 루머(뜬소문), 성적인 비방이 유포된 것을 확인했다. 직후부터 사실무근의 루머를 생성·확산한 유포 행위자에 대한 수사 의뢰를 진행하고 모니터링(감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후 황 선수 측은 같은 달 26일 서울 성동경찰서에 정보통신망법 위반(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 및 협박 등의 혐의로 고소장을 제출했다.
지난해 11월 그리스에서 휴대폰을 분실한 뒤 이후 영어로 수차례 협박에 시달렸다는 게 황 선수 측 주장이다.
이후 해당 사건을 이관받은 서울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는 인스타그램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는 등 최초 게시글 작성자의 신원을 확인했다. 작성자인 여성 A씨는 지난 16일 구속됐다. 경찰은 A씨가 황 선수 협박범과 동일인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하지만 그리스에서 잃어버린 황 선수의 휴대폰이 A씨에게 어떻게 흘러가게 됐는지는 여전히 의문으로 남는다. 앞으로 경찰이 수사를 통해 이 부분도 밝혀야 할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