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

세계유산축전 제주 화산섬과 용암동굴

대무1 2023. 10. 29. 2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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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세계유산축전 제주 화산섬과 용암동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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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수향 비상임 논설위원·세계자연유산 해설사

제주는 불(火)의 힘(용암)으로 만들어진 화산섬이다. 2020년 세계유산축전을 처음으로 준비하며 1만 년 전, 거문오름에서 폭발한 용암이 김녕 앞바다까지 14㎞를 흘러간 불의 흔적을 찾아 그 길의 이름을 '불의 숨길'이라고 이름지어, 처음으로 '불의 숨길' 축제를 진행했다.

올해 네 번째로 개최되는 세계유산축전 '제주 화산섬과 용암동굴', 올해는 '상생과 공생'을 주제로 지난 10월 3일 성산일출봉 우뭇개동산에서 전야제를 시작으로 10월 8일까지 '불의 숨길' 세계유산축전이 모두 끝났다.

제주는 2002년 12월 생물다양성 보전 중요성을 인정받아 생물권보전지역으로 지정됐고, 2007년 7월 제주 섬이 품고 있는 비경의 경관적 가치가 탁월해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된 후, 2010년 10월 불(火)과 물(水)이 만든 화산섬의 지질학적 가치를 인정받아 세계지질공원으로 지정됐다. 제주는 유네스코(UNESCO)가 인증한 자연과학분야 3관왕이다.

이 '불의 숨길'이 1년 내내 공개적으로 개방하는 구간은 만장굴의 길이가 총 7.4㎞인데, 그중 1㎞만 년 중 일반인들에게 개방하고, 거문오름의 능선과 분화구만 개방한다. 나머지는 비공개 구간으로 1년에 한 번, 올해는 10월 4일부터 8일까지 5일만 개방했다.

축전이 끝난 지 20여 일이 지난 지금, 필자가 이 글을 쓰는 이유는 제주 섬에 태어나 제주 섬에 사는 제주 토박이들이 제주 섬을 너무 모른다는 사실이다. 모르면서 알려고도 하지 않는다.

필자는 세계자연유산 특별탐험대의 일원으로 만장굴과 김녕굴 비공개 구간을 사전 예약자들과 함께 만년의 어둠 속을 걸으며 만장굴과 김녕굴의 비공개구간을 큐레이팅했다. 5일 동안 큐레이터를 하며 제주 섬에서 낳고 자란 토박이는 단 두 분 만났다.

제주 섬에 사는 '제주 것'이 어쩌다 뭍에서 온 사람을 '육지 것'이라 부르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가만히 생각해 보면, '육지 것'이 제주 섬의 비경과 그 비경이 품고 있는 신화와 설화, 역사와 문화를 '제주 것'들에게 가르치고 있다. 섬(島)의 해(日)와 달(月)이 지은 세월(明)의 이야기를 '육지 것'에게 배우고 있으면 참 '제주 것'인가, 묻고 싶다.

다음해 이 무렵에 '불의 숨길' 축제가 열린다. 유네스코가 2007년 7월에 인증한 제주 섬의 세계자연유산의 이름을 알고 있는 '제주인'도 드물다.

제주는 지금으로부터 180만년 전 낮은 수심 해저에서 마그마가 올라와 무한정의 바닷물을 만나 폭발한 수성화산체다. 제주는 불(火)의 힘(용암)으로 만들어진 화산섬이다. 지구의 지각은 대륙지각과 해양지각으로 나뉘는데, 제주와 같은 해양지각에서 대부분 현무암의 용암이 분출한다. '용암동굴'은 현무암의 용암만이 만들 수 있다.

제주 섬의 유네스코에 등재된 세계자연유산의 이름이 '제주 화산섬과 용암동굴'이다. 그 핵심구역이 한라산 천연보호구역, 제주의 제1경 성산일출봉 응회구, 거문오름이 만든 거문오름용암동굴계다. 거문오름에서 폭발한 용암이 김녕 앞바가까지 흘러간 '불의 숨길'은 총 네 구간으로 나눠진다.

'1구간 시원(始原)의 길'은 거문오름용암동굴계를 만들어낸 모태, 거문오름에서 시작된다. 거문오름 정상에 올라 분화구로 내려가 용암이 처음 분출한 분화구를 둘러보는 길이다.

'2구간 용암의 길'은 거문오름에서 분출한 용암이 흐르며 만든 용암 도랑과 협곡을 걷는 길이다. 대형동굴인 웃산전굴을 만나고, 북오름굴을 만나기 전 여정이 끝난다.

'3구간 동굴의 길'은 북오름굴에서 시작한다. 지상으로 모습을 드러낸 북오름굴의 용암교는 다리의 형태가 너무나 웅장하다. 용암류가 함몰하면서 만들어진 커다란 천장창을 가진 대림굴을 지나면 지상에서 동굴의 바닥이 보이지 않는 만장굴의 3입구 '만쟁이거멀'이 나온다. 수풀이 우거진 곶자왈 숲에는 튜물러스, 용암궤 등 용암이 만든 지형과 그 거대한 바위 위에 뿌리를 내린 나무의 모습을 바라보면 이곳이 아바타영화의 촬영지 같다는 생각이 든다.

'4구간 돌과 새 생명의 길'은 용암과 바다, 인간이 함께 일궈낸 터전을 걷는 길이다. 만장굴에서 시작한 길은 한동안 숲길을 걷다. 뱀굴로 불리는 김녕굴을 지나고 김녕 앞바다에서 날아온 모래가 모래사구를 이룬다. 석회성분을 갖고 있는 모래는 용천동굴과 당처물동굴 속에 석회 동굴에서 볼 수 있는 동굴생성물을 만든 장본인이다. 거문오름에서 흘러내린 파호이호이 용암이 만든 월정리 앞바다의 빌레(너럭바위)의 모습이 참 아름답다.

제주 섬에서 가장 높은 한라산은 땅 위로는 화산이 만든 360여 개의 오름을 거느리고, 땅 아래로는 용암이 만든 160여개의 용암동굴이 '불의 숨길'로 이어졌다. 화산섬 제주는 가장 낮은 지하동굴과 가장 높은 백록담이 불(火)이 만든 용암의 길로 이어져 있는 것이다.

삶의 이야기는 사람이 만든 신화와 설화, 역사와 문화가 있고. 지수화풍(地水火風)이 만든 자연의 역사가 있다. 생명이 지수화풍이 지은 자연의 역사의 살아가며 신화와 설화, 역사와 문화를 짓는다. 지수화풍이 지은 자연의 역사를 잘 아는 '참 제주인'이 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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