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언석 국민의힘 간사가 3일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같은 당 장동혁 원내대변인에게 “김포 다음 공매도로 포커싱하려고 합니다”라는 문자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뉴시스 제공
경기 김포시의 서울시 편입 등 ‘메가 서울’을 추진하는 국민의힘이 이번에는 ‘공매도 때리기’에 시동을 걸고 있다. 국민의힘과 정부는 개미투자자의 표심을 의식해 한시적인 공매도 금지 카드를 추진하고 있다. 내년 4월 총선을 5개월여 앞두고 전체 판을 흔들 이슈를 주도하기 위한 사전포석으로 풀이된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송언석 국민의힘 간사가 3일 국회 예결위 전체회의에 참석하던 중 “저희가 이번에 김포 다음 공매도로 포커싱하려고 한다”는 문자메시지를 장동혁 당 원내대변인에게 보내는 장면이 뉴시스 카메라에 포착됐다. 공매도는 주가 하락이 예상되는 종목의 주식을 빌려서 팔고 나중에 사서 갚는 매매 기법이다.
전주혜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예결위 전체회의에서 “불법 공매도로 인해 개미투자자들이 큰 손실을 보고 눈물을 흘리는 사례가 많다”며 “불법 공매도는 단죄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 의원은 “불법 공매도가 계속 생기는 이유는 처벌이 약하고 과징금이 결정되는 과정에서 오히려 깎이는 문제가 있기 때문”이라며 “불법 매매의 80%가 외국인이고, 지난 14년간 불법 공매도에 대한 형사처벌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처벌이 약했던 건 인정한다”며 “최근 과태료를 과징금으로 바꾸면서 최대 38억원까지 과징금을 매기고 있다. 앞으로 불법 공매도에 대해서는 무관용의 원칙을 (세우겠다)”고 답했다.
정부와 국민의힘은 조만간 공매도 잠정 중단을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총선이 치러지는 내년 4월 전후까지 공매도를 중단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앞서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도 지난 1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불법 공매도와 관련한 전수조사와 제도적 개선이 완비될 때까지 공매도 자체를 한시적으로 금지해야 한다는 의견에 동의한다”고 밝혔다.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도 지난달 27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공매도를 3개월 내지 6개월 정도 아예 중단하고 근본적인 대책을 세워야 할 때가 온 것 같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이 ‘공매도 때리기’에 나선 것은 개미투자자들의 표심을 노리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유기홍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예결위 전체회의에서 “송언석 간사와 장동혁 위원 사이에 오간 ‘이번에는 김포, 다음에는 공매도’라는 문자메시지가 폭로돼서 총선용 술수라는 것을 이제는 더 이상 변명할 수 없게 됐다”고 주장했다.
송 의원은 예결위 전체회의에서 “본인의 부주의로 인해 휴대폰 내용이 사진 찍히게 된 것에 대해 송구하게 생각한다”면서도 “모 언론사가 자기들이 (오늘 예결위 회의에서) ‘공매도에 대해 포커싱을 하려 하는데 오늘 질의하실 위원이 있으신가’라고 와서 당 대변인을 맡고 계신 장 위원님께 인포메이션 공유 차원에서 알고 있는 게 좋겠다고 해서 보낸다는 것이 순간적으로 카메라에 노출됐다”고 해명했다. 장 의원도 “(송 의원이) 대변인인 저에게 기자들이 공매도에 관심을 가지고 있으니 참고하라고 문자를 복사해서 전달하는 과정에서 사진이 찍힌 것”이라고 밝혔다.
국회에는 지난달 12일 ‘공매도 제도를 개선해달라’는 국민청원이 동의자 5만명을 달성해 소관 상임위원회인 국회 정무위원회에 회부됐다. 일부 개미투자자들은 외국인이나 기관 투자자들이 무차입 공매도를 통해 주가 하락을 부추겼다고 비판해왔다. 무차입 공매도란 있지 않은 주식을 있는 것처럼 속여 파는 행위로 국내에선 불법이다.
여야 정치권은 선거 때마다 공매도 제도 개선을 약속해왔다.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인 2021년 12월 주가 하락이 과도하면 자동으로 공매도를 금지하는 제도인 ‘공매도 서킷브레이커’를 주식시장에 도입하겠다고 공약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도 지난해 10월 국회 최고위원회의에서 “선량한 개미를 보호하기 위해 대선 때 약속했던 공매도에 대한 한시적 금지와 같은 대책들을 시행해야 한다”고 촉구한 바 있다. 강훈식 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27일 무차입 공매도 거래가 불가능한 시스템을 도입하는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